대한상공회의소(KCCI)는 12월 15일 「2026년 산업 성장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컴퓨터 회로 기판 위의 반도체 칩.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6년 한국 산업은 인공지능(AI) 열풍을 동력으로 한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기초 소재 산업은 중국의 저가 전략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영향으로 침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보고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11개 주요 산업별 협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로, 2026년 한국 산업 전반의 전망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호조’로 분류됐으며, 배터리, 자동차, 바이오, 조선, 섬유·패션 산업은 ‘비교적 호조’, 기계, 석유화학, 철강, 건설 산업은 ‘불확실’한 것으로 평가됐다.
KCCI는 RAM, 에너지저장장치(ESS), 디스플레이를 의미하는 ‘R.E.D.’ 산업을 2026년 수출 성장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다. 2025년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3% 증가한 1,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에도 9.1%의 추가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을 가속화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DRAM 수요가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기업들은 2026년 한 해에만 약 1,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AI 기기 성능의 표준화와 고효율 OLED 패널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6년 수출액이 176억7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26년 차량용 OLED 수출과 확장현실(XR)용 OLED 수출이 각각 83.3%, 238.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배터리 산업 역시 성장세가 예상된다. 2026년 수출은 AI 데이터센터용 ESS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대비 2.9%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BMW 등이 한국산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 모델 출시를 확대함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일시적 둔화 이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국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축소와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됐다.
자동차 산업은 신규 전기차 공장 가동에 힘입어 2026년 생산량이 413만 대로 1.2% 증가하고, 수출은 275만 대로 1.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급상승은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조선 산업은 2026년 수출액이 339억2천만 달러로 올해 대비 8.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선 발주는 375척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유지될 전망이며, 미국의 LNG 수출 확대와 카타르의 선대 교체 수요에 따라 LNG 운반선 추가 발주도 최대 100척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 연기로 친환경 연료 선박 전환 수요의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섬유·패션 산업은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고부가가치 패션 제품 수요 증가,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에 힘입어 2026년 수출액이 99억6천만 달러로 올해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유가 하락에 따른 나프타 등 원료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026년 수출이 올해 대비 약 6.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최근 사업 재편에 따른 공장 가동률 회복과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폐쇄 추세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2026년부터 2년간 총 533만5천 톤 규모의 에틸렌 설비가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며, 중국 역시 가동 20년 이상 된 설비의 개보수 또는 폐쇄를 추진 중이다.
철강 산업은 미국의 무역 보호 조치와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 쿼터(TRQ) 규제로 인해 2026년 수출이 2025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계 산업 역시 2026년 수출이 3.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건설장비와 변압기가 올해 8월부터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으로 분류돼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 지역의 공장 건설 수요 증가로 전반적인 설비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출 감소 폭은 올해보다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혁신본부장은 “2026년은 기업들이 AI를 중심으로 더욱 과감한 실험과 도전에 나서야 하는 전환점의 해”라며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의 모든 산업이 한층 더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들이 특히 AI 분야에서 혁신적 시도를 실행할 수 있도록 규제 장애 요인을 신속히 제거하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 전반의 기술 전환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