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부, 한국 시댁 위해 ‘약혼식’ 설명 슬라이드 18장 제작
17/12/2025 09:42
한국에는 없는 베트남의 약혼식(레 안허이)을 이해시키기 위해, 베트남 신부 미 린(Mỹ Linh)은 결혼을 앞두고 한국 시댁을 위한 18장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준비했다. 여기에 더해 양가 가족은 보자기(bojagi) 스타일로 꾸민 혼례 예물까지 함께 준비하며 한–베 문화가 어우러진 결혼식을 완성했다.
1997년생인 미 린과 1996년생 한국인 신랑 상직(Sangjik)은 4년간의 교제 끝에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미 린은 “가장 큰 문화적 차이는 베트남의 약혼식 의례였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해당 의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식에 앞서 약혼식의 의미와 절차를 상세히 설명한 18쪽 분량의 슬라이드를 제작해 시댁 가족에게 공유했다. 시댁 가족은 단순히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관련 내용을 찾아보며, “마치 하나의 축제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혼식 당일, 미 린과 상직은 양가 부모와 함께 자리를 했다. (사진=본인 제공)
11월 29일, 신랑 가족이 장기간 체류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오전에는 약혼식을, 정오에는 결혼식을 함께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일정은 압축됐지만, 중요한 의례는 모두 빠짐없이 진행됐다.
신랑의 부모와 친척들은 아오자이를 입고, 신랑 측이 준비한 9개의 예물함에 맞춰 9대의 인력거(씨클로)를 타고 신부 집으로 향했다. 기본적인 예물은 베트남 전통 혼례 관습에 따라 빈랑, 차, 전통 과자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신랑 측은 한국 전통 혼례에서만 볼 수 있는 인삼과 대추탑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미 린은 “한국에서만 쓰이는 예물을 베트남으로 가져온 것은 사돈을 존중하고 축복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 시댁의 배려”라고 설명했다.

인삼과 대추로 구성된 약혼 예물은 한국 전통 보자기 방식으로 포장됐다. (사진=본인 제공)
이번 예물의 가장 큰 특징은 포장 방식이다. 신랑 측은 중요한 날에 존중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 한국 전통 포장법인 보자기를 선택했다. 미 린에 따르면 인삼과 대추는 모두 생물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직접 항공편으로 운반해야 했으며, 공항 도착 직후 냉장 보관하는 등 각별한 관리가 필요했다.
포장에 사용된 천 역시 여러 차례 직접 고르며 준비했다. 베트남 혼례 예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한국적인 미감을 유지하기 위해 소재와 색상을 세심하게 선택했다. 예물함에 달린 장식 술과 같은 작은 디테일까지 한국에서 가져와 통일감을 더했다.

한–베 문화가 어우러진 혼례 예물. (사진=본인 제공)
준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미 린은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요구 사항이 많아 처음에는 제작을 맡아주겠다는 곳이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간단하게 베트남 전통 방식으로 할까 고민도 했지만, 신랑 측 예물인 만큼 한국 문화를 온전히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예물은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 완성됐다.
미 린은 다문화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설명과 공유’를 꼽았다. 그는 “시부모님이 단순히 손님처럼 참석해 ‘의미도 모른 채 따라만 하는’ 결혼식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며 “양가가 함께 준비하고, 함께 이해할 때 결혼식은 더욱 온전하고 의미 있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린은 팔로워 11만 명 이상을 보유한 틱톡 계정 ‘Rin Go’를 통해서도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21년 지인의 소개로 현재 경찰로 근무 중인 상직을 만났다. 약 2년간의 장거리 연애 끝에 두 사람은 신뢰를 쌓아왔다.
지난 3월 12일, 미 린의 생일에 상직은 영화관에서 프러포즈를 했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한 순간들을 담은 영상을 직접 준비했다. 미 린은 “화려함보다도 그동안의 시간을 조용히 기록해 준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며 “이 사람이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