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미 관세 협상 이후, 두 나라의 엇갈린 길

공지사항

31/10/2025 22:58

한·일·미 관세 협상 이후, 두 나라의 엇갈린 길

– 일본은 ‘정치적 투자’를 택했고, 한국은 ‘실질적 자율성’을 확보했다

한·일 양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친 직후, 두 나라의 운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다.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투자 구조와 수익 배분 방식을 그대로 수용한 반면, 한국은 경제 규모가 더 작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안정 메커니즘을 통해 투자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적 균형을 이루어냈다.
이는 단순히 ‘통화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차이’가 외교의 본질을 결정한 사례였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일회성 금융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겉으로는 민관 협력 구조를 띠었지만, 실제 투자 결정권은 전적으로 미국 측에 있었다. 수익 배분 비율은 1대9로 설정되어, 사실상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였다.

이 같은 구조는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하는 ‘즉각적 자금 투입(injection)’ 모델로, 미국 내 제조·에너지·국방 프로젝트에 신속히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일본 입장에서는 이는 단기적 정치적 호의를 얻기 위한 ‘정치적 투자’에 불과했다.
투자 규모와 속도는 크지만, 일본의 정책적 자율성은 그만큼 축소되었다.

결국 일본은 미국 내 ‘투자자’의 역할만 남게 되었고, 전략적 선택권은 상실했다.
미 재무부가 “일본의 신속한 대응은 동맹의 신뢰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종속적 협력 모델에 대한 찬사에 가까웠다.

반면,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이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1500억 달러는 조선 및 해양 분야 협력으로 구성되었다.
투자금은 10년에 걸쳐 연 200억 달러씩 분할 지급되며, 환율 변동 시 투자 시점과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측의 ‘신속 투자’ 요구를 일정 부분 충족하는 방어적 유연 구조로 평가된다.

더 주목할 점은, 한국이 **투자 결정권을 유지하며 이익 배분 비율을 50:50(원금 회수 전 기준)**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원금 회수 이후의 수익 배분은 추가 협상 중이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동맹 속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한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규모는 일본의 5500억 달러 패키지와 비슷하지만, 환율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구조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단기 정치적 유리함보다 실질적 균형과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했음을 보여준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국의 관세 정책 변동 속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했지만, “누가 주도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혀 다른 답이 나왔다.
일본이 미국의 ‘전략적 하청업체’로 행동했다면, 한국은 ‘상호 연합’ 모델을 선택했다.
여기서의 협력은 이익이 세밀히 계산되고, 균형 있게 배분되는 구조다.

도쿄는 단기 정치적 효율성을, 서울은 장기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택했다.
비록 시간이 더 걸리고 불안정한 과정을 거쳤지만, 한국은 국가 이익을 지키는 외교적 실용주의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특히 조선·에너지 분야를 협력 항목에 포함한 것은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실질적 산업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였다.
일본의 ‘재정 패키지’가 외교적 상징에 그친 반면, 한국의 ‘산업 연계 협정’은 기술·일자리·이익이 국내로 환류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이 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이 얻었는가”**이다.
한국은 금융·산업의 자율성을 지켰고, 일본은 단기 정치적 점수만을 얻었다.
5500억 달러의 ‘즉시 지급’과 3500억 달러의 ‘관리형 투자’의 차이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동아시아 경제외교 질서를 재편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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