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로 별세한 배우 이순재,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에 삶을 바치다
25/11/2025 23:30
91세로 별세한 배우 이순재,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에 삶을 바치다
25일 별세한 고 이순재가 본지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던 모습.
91세. 누군가는 은퇴 후 조용한 시간을 보낼 나이지만 이순재에게 그런 상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연극 무대와 촬영장을 오가며 열정을 불태웠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25일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연예계에는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배우와 제작진 등 수많은 업계 후배들이 깊은 애도를 전하며 고인과의 기억을 떠올렸다.
몇 해 전, 영화 ‘안녕하세요’ 개봉을 앞두고 본지와 단독 유튜브 촬영을 진행했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그는 “이번 작품은 저예산이라 돈은 많이 못 받았어. 그래도 작품이 좋더라고. 돈하고 상관없이 즐겁게 욕심내서 참여했지”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할 거야”
이순재는 배우에게 가장 큰 행운은 좋은 작품과 좋은 연출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어요. 그게 배우한테는 진짜 복이지.”
그는 당시 호스피스 병동의 노인을 연기했다. “배우는 과장된 연기도 해야 하지만, 섬세하고 잔잔한 연기를 잘하면 영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어? 그래서 들러붙은 거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좋더라고요.”
그가 말한 ‘들러붙는다’는 표현에는 욕심, 장인정신, 캐릭터 연구에 대한 집요함이 모두 담겨 있었다.
버킷리스트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내가 돈을 못 벌어봤어. 그래서 돈 좀 벌고 싶다”고 크게 웃었다. 그러다 이내 표정을 가라앉히며 “그래도 내 일에 만족하고 살아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할 거예요. 요즘은 몇십 억씩 버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때는 굶어가면서도 이 일을 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갔다”
그에게 가족과의 해외여행은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그는 늘 다음 작품과 무대를 향해 나아갔고, 바쁜 일정 탓에 긴 여행은 어려웠다.
“집사람하고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요. 쉬어봐야 2~3일이니까. 여력이 되면 세계 한 바퀴 돌고 싶은데… 이미 틀렸어. 일해야지. 그래도 가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혼자 가면 안 되지. 미안하지. 그래서 따로 가라고 했는데 또 안 가더라고”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회고에는 과거 배우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과 수모도 담겨 있었다.
“예전에는 배우가 천직 취급을 받았어요. 밤에 화실 하나 빌려 촬영하는데, 이름 없는 어떤 화가가 들어와서 ‘딴따라들이 화실을 더럽히냐’고 화를 내더라고. 또 한 번은 작품 때문에 지휘를 배우러 갔는데 상임지휘자가 안 가르쳐 주는 거야. 표정이 딱 ‘네가 뭔데’ 이런 식이었지. 그런 수모를 겪던 직업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