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나는 백만장자들, ‘탈서울’ 가속화
11/11/2025 09:08
세금 부담·경제 둔화·삶의 압박 요인… 서울의 금융 중심지 위상 흔들

수천 명의 백만장자들이 높은 세금과 경기 침체, 과도한 생활 압박 등을 이유로 서울을 떠나면서, 수도의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한국인 사업가 켄 리(Ken Lee)는 이민 컨설팅 업체 ‘리킴얼라이언스(Lee Kim Alliance)’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최근 5년 사이, 자산이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에 이르는 부유층의 해외 이주 상담 요청이 폭증했다고 전했다.
“20년 전만 해도 부자들이 이민을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상담 건수가 예년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으며, 고객의 상당수는 LG, 롯데, 삼성 등 대기업 관계자들”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거리 풍경. 2025년 11월. ⓒCNA
리 대표의 발언은 서울의 심상치 않은 변화를 반영한다. 글로벌 자산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한때 ‘부의 자석’으로 불렸으나, 최근 전 세계 백만장자 보유 도시 순위에서 5계단 하락해 24위로 밀려났다. 이는 조사 대상 50개 도시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서울의 백만장자 수는 2022년 9만7천 명에서 지난해 6만6천 명으로 줄었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약 2,400명의 백만장자가 해외로 떠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3년의 두 배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순위다.
한국대학교 경제학과 강민욱 부교수는 “부유층은 투자, 소비, 고용 창출의 핵심 동력”이라며 “이들의 이탈은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고세율, 경기 침체, 정치적 불확실성 등 세 가지 요인이 ‘탈서울·탈한국’을 가속화시키는 주된 이유라고 지적한다.
소득세 최고세율 45%, 상속세 최고 50%라는 막대한 세 부담이 주요 원인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이윤수 교수는 “3억 원 이상 자산에 대해 50%의 상속세가 부과되는 현행 제도는 부유층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자들이 선호하는 이주지는 세금이 거의 없거나 안정적인 국가들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무세금), 싱가포르(안정적 세제),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밴쿠버와 로스앤젤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정체도 이탈을 부추긴다. 가계부채는 GDP의 90~100% 수준으로 소비를 억제하고 있으며, 소매 판매는 1995년 이후 최장인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가치는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출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자산가들의 부도 빠르게 줄고 있다.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50대 부호의 총 순자산은 지난해 1,150억 달러에서 올해 990억 달러로 감소했다.
한편, 한국 사회는 새로운 부유층을 배출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생활비와 제한된 사회 이동성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3년 조사 결과, “자녀 세대가 부모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30%에 불과했다.
26세 은행원 한빈 씨는 연봉 5천만 원(약 3만6천 달러)을 받지만 “자산을 모으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는 “주식시장은 위험하고 부동산은 접근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의 평균 주택 가격은 2023년 초 대비 올해 4월까지 16% 이상 상승해,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15~29세 청년 약 56만5천 명이 졸업 후 1년 이상 실업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다수는 저임금 계약직에 종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사회적 상승 기회는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기사출처: CNA / 정리: 응옥응안 (Ngọc Ngâ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