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하루 종일 잠자기: 한국 청년들이 사회적 압박을 피하는 방식
21/07/2025 10:22
많은 한국 청년들이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집에만 머무르고, 하루 종일 잠을 자며 은둔 생활을 택하고 있다.
사진 출처: Korea Herald
“거의 10년 가까이 외출하지 않았어요.” 33세 안 씨는 이렇게 말한다. “집 근처까지는 나가지만, 그 이상은 어렵고, 어머니 외에는 거의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습니다.”
화학을 전공하며 약학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했던 안 씨는 안정적인 고소득 직장을 얻고자 노력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평생 열심히 일해온 부모님의 고생을 지켜본 그녀는, 더 나은 길을 걷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
하지만 2학년이 지나면서부터 그녀는 치열한 약학 입시 준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비용이었다.
“한 과목 수강료만 해도 백만 원이 넘어요.” 그녀는 말했다. “필수과목을 전부 들으면 천만 원은 훌쩍 넘죠.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너무 죄송스러워서 공부에 집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장학금으로 학비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감당하기 힘들었고, 2015년부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처방받은 항우울제는 효과가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인 ‘지속적인 졸음’이 일상에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출근한 뒤인 오전 7시에 잠들고, 오후 6시쯤 깨어 밥을 먹고 다시 잠드는 생활이 반복됐어요.” 안 씨는 조용히 방에서 혼자 식사를 했고, 가장 큰 고통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약사가 되었는데, 나는 이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요. 스스로에게 ‘나는 과연 충분히 똑똑한가?’라는 의심이 들었죠. 결국 나 자신이 가장 큰 압박이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약사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안 씨는 한국에서 약 54만 명에 이르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비활동적인 청년’ 중 한 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집에 틀어박혀 있으며, 타인과 거의 교류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1990년대 후반 등장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점점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세에서 34세 사이 인구의 약 5%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들 중 45.6%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자신을 고립시켰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일한 이유가 아닌,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이 이 현상에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많은 응답자들이 꼽은 이유는 ‘취업의 어려움’이다. 전체 응답자의 약 35%는 구직 실패를 반복하며 학업을 중단했고, 주변 친구들은 이미 사회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더욱 위축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15세~29세 청년 고용률은 46.2%로,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같은 시점 기준, “그저 쉬고 있다”고 답한 청년층은 42만 1천 명으로, 작년 대비 2만 명 증가한 수치다.
한국에는 안 씨와 같은 청년들을 돕기 위한 지원센터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두둑(Dudug)’이다. 이 센터는 2022년 서울시의 지원으로 설립되었으며, 2024년 4월에는 제주도에 새로운 센터를 확장 개소했다.
37세의 권 씨는 서울 두둑 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약 1년간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2022년부터 2024년 초까지 구직 실패와 함께 심각한 사회적 고립을 겪었다.
울산에서 5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한 후 서울로 상경해 새로운 기회를 찾았지만, 두 곳의 직장을 거치는 동안 대인 관계, 업무 스트레스, 우울과 불안 등으로 인해 사회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 퇴사 후엔 완전히 무너졌어요. 다른 데 이력서를 넣거나 뭔가를 시도하는 것조차 두려웠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집 근처 슈퍼마켓을 오가는 정도였다. 그는 ‘갇힌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IT업계는 경력 공백에 민감하죠. 1~2년이 지나고 나니 ‘이러다 안 된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점점 사회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죠.”
그는 작년 여름 처음 두둑 센터를 찾았고, 현재는 주 3일 센터에서 활동하며, 한 기업의 관리보조직에 지원도 마쳤다.
사진 출처: Dudug
두둑의 설립자 이은애 씨는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청년들이 은둔 생활을 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성공에 대한 사회의 협소한 정의’를 꼽았다.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이름 있는 직장에 들어가야 성공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요. 젊은이들이 스스로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고 느끼면, 자신을 실패자라 여깁니다.”
이 씨는 반복된 실패 경험이 깊은 정서적 상처로 이어지며, 결국 사회로부터 철수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게 된다고 말한다.
“초기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단지 구직이 어려워서’라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우울증이나 사회불안장애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녀는 이러한 청년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 복귀는 더욱 어려워지고, 이력서에 생긴 공백은 구직 시 큰 장애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센터를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서울만 해도 약 13만 명의 은둔 청년이 있지만, 한 센터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00~1000명에 불과합니다. 결국 대부분의 청년들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사진 출처: Newsis
이 씨는 이들을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일부 청년들은 도서관에 앉아 하루 종일 이력서를 쓰지만, 그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아요. 이들에게 접근하려면, 소극적인 문화 활동이나 소모임 같은 저압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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