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속 중국인 관광객 ‘흡수’ 노리는 한국
04/12/2025 09:41
중국과 일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이 중국인 관광객의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하면서 경제적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동북아 지역 안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1월 초부터 중국 노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일본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 자제를 권고한 이후, 한국이 중국 관광객의 ‘대안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11월 14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여행 경보를 발표한 직후 중국인 관광객들은 여행 계획을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양국 간 비자 요건 완화가 맞물리며, 2025년 중국인의 한국 방문은 빠르게 회복됐다. 올해 1~9월 중국인 입국자는 420만 명으로, 연말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600만 명 이상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언론은 자국 여행 플랫폼 취날(Qunar)의 데이터를 인용하며 한국행 항공권 검색 및 예약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증편하거나 신규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11월부터 중국행 항공편 수를 꾸준히 늘렸으며,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도 구이린·우한 등지에 신규 노선을 개설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 경제효과만 볼 것이 아니라, 중‧일 갈등 장기화가 동북아 안보 구조 전반에 부정적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 나라 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균열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2026년 초 예정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올해 의장국인 일본이 개최를 추진했으나,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실상 거부했다. 11월 24일,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이 3국 협력의 기반을 훼손했다”며 “정상회의 개최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11월 말 마카오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3국 문화장관 회의도 중국 측 요청으로 연기됐다.
3국은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가 높지만, 전시 역사 문제와 반복되는 양자 갈등, 코로나19 이후 외교적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협력 메커니즘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최근 3국 정상회의는 2018년 말 한일 갈등과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된 이후 4년 넘게 중단됐다가, 2024년 5월 서울에서 재개된 바 있다. 이 협력체는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2012년에도 중단된 전례가 있다.
한편 한‧중 관계는 미국 THAAD 배치 문제로 2017년 최악으로 치달았으나, 지난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방한과 10월 APEC 참석 등을 계기로 조금씩 복원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이동규 연구위원은 The Straits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중‧일 관계 악화는 단기적으로 한국에 관광 수요 측면의 이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울의 외교 전략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한‧미‧일 협력 축과 북중러 축 간의 ‘대결 구도’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에도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동규 연구위원은 “2026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북핵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3국 공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긴장이 완화될 경우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게 더 큰 역할을 요구할 것이고, 중국은 일본보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할 수 있다”며 “결국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딜레마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강경하게 대응한 것은,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 동맹국—특히 한국—에게 ‘침묵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박사는 “중‧일 갈등은 동북아 불안을 키우기 때문에 서울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중‧일 관계 악화를 대만 문제에 대해 더욱 신중해야 할 이유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추재우 교수도 “중‧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일 간 갈등을 둘러싸고 “차분하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며, 실용적 외교와 국익 중심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1월 24일 기자들과 만나 “G20 정상회의(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총리를 각각 별도로 만나 균형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