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에서 생태 하천으로… 한국 하천 복원의 이야기
16/12/2025 09:42
한국은 한때 ‘환경 재앙’으로 불리던 강과 하천을 생태적·친환경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다양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 수십 년간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도심 하천 정비 및 복원 사업에 집중하며, 생명이 사라졌던 물길을 녹색 경관으로 되살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왔다.

한국은 여러 차례 하천 복원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청계천의 기적
12월의 차가운 아침,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산책로에는 직장인과 관광객들이 나무 그늘 아래를 거닐며 물 위에 놓인 디딤돌을 건너고 있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하루 평균 16만 8,000대의 차량이 통과하던 고가도로였고, 심각한 대기·수질 오염에 시달리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어렵다.
청계천은 600년 넘게 서울의 핵심 수로로 기능하며 자연 배수로이자 홍수 조절 역할을 담당했고, 시민들의 일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하천은 심각하게 오염된 개천으로 변했고, 당시에는 ‘도시의 암’에 비유될 정도로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1960~1970년대에는 산업화와 교통 중심 정책 속에서 하천이 복개되고 고가도로가 건설되면서 수생 생태계는 거의 사라졌고, 물은 검게 변해 악취를 풍겼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에 들어 시민들의 문제 제기와 환경 개선 요구가 커지면서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환경 개선에 그치지 않고 문화·관광적 가치까지 고려한 청계천 복원 사업은 10여 년의 준비와 공사를 거쳐 2005년 마침내 완료됐다. 그 결과, 하천 수질은 크게 개선됐고 수생 생태계 역시 눈에 띄게 회복됐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 수변 공간은 시민들에게 분주한 도시 속 쉼터를 제공하는 동시에 연중 다양한 축제와 공연이 열리는 문화 회랑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대기오염 저감과 홍수 조절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관광객 카림(Kareem)은 “이곳은 정말 쾌적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청계천을 따라 흐르는 도심 풍경. (사진=Getty)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청계천 주변 지역의 기온은 인근 도로보다 평균 3.6℃ 낮아 도심 한가운데 시원한 바람길을 형성하고 있다. 고가도로 철거로 공기 흐름이 개선되면서 이산화질소 농도는 약 35% 감소했다.
생태계도 되살아났다. 2022년 조사 결과, 청계천 일대에는 총 666종(동물 174종, 식물 492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계천박물관의 민아 박(Minah Park) 담당자는 “이 사업은 차량 중심 교통 정책에서 사람 중심 도시계획으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미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
청계천 외에도 한국은 한강, 안양천, 낙동강, 양재천 등 주요 하천과 도심 소하천을 대상으로 다양한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도심 하천 복원은 도시와 자연을 다시 연결하고 시민 건강을 증진하는 대표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사업에서는 기술적 개선뿐 아니라 예술과 문화 요소가 중시된다. 조경 디자인, 공공미술, 조명, 보행로를 결합해 시민들이 체험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하천 복원이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라 미적·사회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서울 강남구 양재천의 모습. (사진=강남구)
양재천을 따라 가을빛이 물든 산책로에서는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긴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50대 주민 김모 씨는 “집을 나서면 언제든 평화롭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이곳은 우리 동네의 가장 큰 보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양재천은 과천시와 서울 강남·서초구가 한국 건강지수에서 각각 1~3위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비밀 요소’로 꼽힌다. 이 지역은 전국에서 보행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천 복원 이후 한국의 수질 오염 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됐고, 생물 다양성은 증가했으며 녹지 면적은 2~3배 확대됐다. 무엇보다 이러한 녹색 공간은 시민들의 여가·운동·문화 활동의 중심지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하천 복원 사업은 행정 주도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주민 의견 수렴, 공청회 개최, 시민 참여형 식재·정화 활동, 수질 모니터링 등이 병행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소규모 구간을 책임지는 ‘하천 돌봄 프로그램’이 운영돼 긍정적인 확산 효과를 낳고 있다.
아울러 하천 복원은 배수 시스템 개선, 산업·생활 오염원 관리, 하수 처리 강화와 함께 추진돼 단순히 ‘겉으로 깨끗한 하천’이 아니라 생태 기준을 충족하는 지속 가능한 수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 최초의 도시 하천 복원 사업으로 평가받는 양재천 복원 사업이 시작된 지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과거 양재천은 악취와 오염으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던 하천이었다.
그러나 1995년 강남구와 관련 기관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을 되살려야 한다”는 선언과 함께 생태 복원 프로젝트를 본격화했고, 이는 오늘날 한국 도시 하천 복원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공안(Kông Anh)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