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폐지 제안
16/12/2025 09:28
서울시교육청이 과도한 입시 경쟁과 학생·가정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중심의 대학 입시 제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같은 역사적 개편안에 대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현행 대학 입시 제도가 지나치게 시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인구 구조 변화와 교육 환경의 도전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교육감은 “과도한 점수 경쟁, 사교육비 부담, 그리고 선발과 서열화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학교 시스템은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개편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내년 2월 이전에 가시적인 논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수능은 6개 영역으로 구성된 약 8시간에 걸친 시험으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대학 입시 시험 중 하나로 꼽힌다.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는 항공기 이착륙이 일시 중단되며, 금융시장과 주요 관공서 역시 수험생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추는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25년 11월 인천의 인화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들. 사진=연합뉴스
정 교육감의 계획은 2040년까지 수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총 3단계에 걸쳐 추진된다.
1단계는 2027년부터 시작되며, 고등학교 학생 평가 방식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다. 고교 선택과목의 경우, 기존의 상대평가(등급제)에서 절대평가(고정 기준 평가)로 전환해 학생들이 점수 취득이 쉬운 과목이 아닌,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시험 과목 수를 현행 6과목에서 4과목으로 줄이고, 수도권 외 지역 학생에 대한 선발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한 자율형 사립고, 특목고, 국제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기 전형은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2단계는 2033년부터로, 모든 고교 과목에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고 단답형·서술형 문항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내년부터 약 25% 수준으로 해당 문항을 도입하고, 2030년까지 50%로 점진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제안했다.
아울러 수시와 정시로 이원화된 현행 입시 제도를 통합해 학생부 중심 평가로 전환하고, 수능은 보조적 수단으로만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필요할 경우 대학은 면접이나 논술 평가를 추가할 수 있다.
마지막 3단계인 2040년에는 수능을 완전히 폐지하고, 대학은 학생의 고등학교 3년간 학업 기록과 성장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인공지능(AI) 기반 평가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해당 시스템은 AI가 먼저 답안을 채점한 뒤 교사가 이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시험 문항과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올해 수능에는 55만 명이 넘는 수험생이 응시해 최근 7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개편안이 수십 년간 지속돼 온 한국 사회의 ‘입시 열풍’을 완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안흥 기자
(코리아헤럴드·연합뉴스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