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어제의 나와만"···노희지 아나운서가 전한 '성장의 힘'
22/04/2026 10:31
장애인의 날(4월 20일) 을 앞두고 '국내 최초 청각 장애인 앵커' 노희지 아나운서를 지난 15일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만났다. 그의 이야기는 예상보다 더 담담했다. 그래서 더 단단했다. 그는 단순히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앵커’라는 수식어에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비교 대신 성장, 숨김 대신 받아들임, 그리고 상징보다 꾸준한 훈련이었다.

▲ KBS 노희지 아나운서가 지난 15일 KBS 뉴스 스튜디오에서 코리아넷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인과 비교는 독이에요. 비교는 어제의 나와 해야 해요.”
노희지 앵커의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그녀가 지나온 시간을 설명하는 문장처럼 들린다.
KBS 1TV ‘뉴스12’ 생활뉴스 코너를 진행하는 노 앵커는 어린 시절부터 발표와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좋아했다. 아나운서의 꿈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선천적인 청각장애로 인해 또래와 다른 듣기와 말하기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꿈은 점차 멀어졌다. 청각장애 3급인 그는 지금도 보청기 없이는 일상적인 소리를 충분히 듣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 꿈은 먼 길을 돌아갔다. 대학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며 광고기획자를 꿈꿨으나 협업 중심의 환경 속에서 또 다른 벽을 느꼈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은 번번한 탈락. 자신의 한계를 청각장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대학 졸업 직후 찾아온 무력감(번아웃)은 그런 시간의 끝에 있었다. 그러나 가장 깊이 가라앉은 순간, 그녀는 오히려 오래 묻어두었던 아나운서의 꿈을 다시 떠올렸다.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 KBS 노희지 아나운서가 코리아넷과 인터뷰에서 앵커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결심의 중심에는 같은 청각장애를 지닌 여섯 살 터울의 동생이 있었다. 자신이 겪었던 상처와 주저함을 동생은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다. 먼저 그 길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더 당당한 언니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노 앵커는 자신의 삶을 바꾼 힘으로 ‘비교를 멈추는 일’을 꼽았다. 어린 시절 언어치료를 받으며 또래와 끊임없이 비교당했던 경험은 그를 옥죄었다. 그러나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삶의 기준이 달라졌다. 남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인과 비교는 독이라고 생각해요. 비교는 어제의 나와 해야 해요. 어제보다 오늘 발음이 더 좋아졌다면, 그걸로 된 거예요.”

▲노희지 아나운서가 생방송 뉴스 진행에 앞서 원고를 보며 발음 연습을 하고 있다.
이 말은 곧 그의 치열한 일상이기도 하다. 노 앵커는 방송 전 원고를 읽어 녹음한 뒤 반복해서 들으며 발음과 억양, 호흡을 고쳐 나간다. 자신의 발음을 직접 듣고 점검하는 데 제약이 있서다. 휴대전화에 쌓인 음성 메모는 8천개에 가깝다. 퇴근 후에도 모니터링과 발성 연습은 멈추지 않는다.

▲ KBS 노희지 아나운서가 생방송 뉴스 진행을 앞두고 원고를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뉴스는 단순히 문장을 읽는 일이 아니다. 기사를 정확히 이해하고, 내용에 맞는 표정과 시선, 목소리의 온도를 조율하는 작업이다. 특히 장애인이나 아동 관련 뉴스처럼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전할 땐 공감은 더 깊어진다.

▲ KBS 노희지 아나운서가 뉴스 스튜디오에서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있는 앵커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앵커’라는 수식어 역시 개인의 성취보다, 뒤따라올 누군가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름으로 받아들인다.
“개인의 성취라기보다, 뒤에 따라올 친구들이 좀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해요.”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는 노 앵커의 말에 힘이 실렸다. 장애를 특별히 미화하거나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삶의 다양한 방식 가운데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바랄 뿐이란다.
“장애는 그냥 하나의 개성이고,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장애로 인해 한계를 함부로 단정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말미, 그는 코리아넷 독자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타인의 삶과 쉽게 비교하게 되는 시대일수록, 삶의 기준은 남이 아니라 스스로가 돼야 한다는 당부였다.
▲ KBS 노희지 아나운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생은 편도여행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뿐인 인생이니, 비교는 오직 어제의 나와만 해야 해요.”
장애인의 날, 노희지 앵커의 이야기가 남기는 울림은 여기에 있다. 그는 ‘최초’라는 상징을 넘어, 매일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고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반복의 시간 끝에서, 누군가에게는 다시 꿈을 떠올리게 하는 얼굴과 목소리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