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의 ‘가짜 가난 챌린지’, 거센 분노 불러
02/01/2026 10:09
한국의 일부 상류층 사이에서 호화로운 일상을 공개하며 “가난하다”고 자조하는 이른바 ‘가난 챌린지(Poverty Challenge)’가 확산되면서, 생계 문제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현실을 조롱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가난 챌린지’로 불리는 이 유행은 2025년 연말을 전후해 한국의 인스타그램과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참여자들은 주로 고소득층으로, 고급 주택이나 명품, 슈퍼카 등 부유한 생활상을 담은 사진을 올리면서도 “생활이 너무 어렵다”, “이제 정말 파산 직전”이라는 식의 문구를 덧붙인다.
지난 12월 25일에는 즉석 라면과 김밥을 담은 소박한 식사 사진 옆에 페라리 슈퍼카 열쇠를 함께 놓은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게시물 작성자는 “가난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오늘도 라면을 먹는다. 언제쯤 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약 1,500만 원 상당의 디올 유모차 사진과 함께 “이 유모차 때문에 우리 집은 파산했다”는 설명이 달렸다. 일부 이용자들은 고가의 미술 작품이 가득 걸린 넓은 아파트 내부를 촬영하며 “이게 내 전 재산”이라는 식의 냉소적인 문구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사회의 여론은 냉담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Theqoo)와 판(Pann) 등에서는 “대놓고 자랑하는 것보다 더 불쾌하다”, “가난을 가장한 부의 과시”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경기 침체 속에서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서민과 청년층의 현실을 외면한 채, 결핍을 하나의 놀이로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은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1975)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해당 작품은 부유층이 ‘가난’이라는 개념을 미적 장식물처럼 차용해 자신들의 풍요로운 삶을 꾸미는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가수이자 배우인 김동완(신화 멤버)은 연예인 가운데 처음으로 이 유행을 공개 비판했다. 과거 어머니와 함께 반지하 주택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경험이 있는 그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지닌 상처와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밝혔다.
김동완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가난은 연출용 소품도, 웃음을 위한 농담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학생과 노동자들이 김밥 하나를 사기 위해 망설이고 있다”고 적었다. 그의 글은 큰 공감을 얻었고, 이후 일부 ‘가난 챌린지’ 참여자들이 게시물을 삭제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사회학 전문가들은 결핍과 빈곤을 희화화하는 이러한 현상이 상류층 일부의 감정적 둔감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빈부 격차가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가난 챌린지’와 같은 유행은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취약 계층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민프엉
(코리아헤럴드·중앙데일리 종합)







































































































